프랑스에 도착한 첫날 밤 안시에서 코를 대릉대릉 골며 푹 자니 단박에 시차적응이 됐다.
마냥 어리기만 했을 때는 그저 여행을 떠나는 설렘에 옷가지와 카메라, 여행 일정 등에만 신경을 썼다.
하지만 이제는 장시간 비행에서 얼마나 몸을 편안하게 해 줘야 본격적인 여행이 편할 수 있는 지를 알기 때문에 시차적응 등에 신경을 쓰는 편이다. 다른 문제는 얼마든지 돈만 있으면 (!) 해결되지만 몸 상태는 한번 맛이 가면 약도 먹어야 하고 같이 여행 간 사람을 불편하게도 하니 여간 문제가 되는 일이 아니다.
https://goo.gl/maps/ywziyMVFuMZ5UzTs7
호스트 Laura의 추천~ 매일 오전 안시에 장이 선다는 얘기를 듣고 아침 일찍 눈비비며 산책 겸 나가보았다.
올드타운에서 걸어도 10~15분 사이면 올 수 있다. 이쪽이 아니더라도 올드타운 쪽에서 Street Market 검색하면 나올 거다. 유럽 스트릿 마켓은 아시아에서 볼 수 없는 모양의 과일이나 유럽식 장아찌, 치즈 등을 살 수 있고 또 적당한 가격에 간단히 요기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저것 사다보면 그냥 식당에서 한끼 해결했으면 어떨까 싶게 되기도 ㅎㅎ)
마켓 주변 빵집에서 빵을 사고 아침을 깨워 줄 에스프레소도 한 잔~
손자손녀 유모차를 끌며 장을 보시던 할머니들을 봤던 기억이 난다.
결국 이렇게 나와 동생도 수제소시지 구이와 종류별로 치즈를 구입. 훈제연어와 토마토, 올리브와 마늘 장아찌 그리고 갓 구운 빵과 납작복숭아를 사서 아침으로 먹었다.
눈으로 봐도 많고, 나열해 보니 아침식사로 정말 많이도 먹었구나 ㅋㅋ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오늘 하루 이 동네를 구석구석 돌아다니기로 했다. 안시 올드타운 (Annecy Oldtown) 자체가 작아서 반나절이면 지리를 다 외워버리게 된다. 하지만 골목이 많고, 골목을 빠져나오면 아름다운 광장이, 또 다른 골목을 빠져나오면 운하가, 또 다른 골목을 빠져나오면 호수가 펼쳐지는 정말 선물같은 마을이다. 골목마다 아기자기한 가게와 처음보는 브랜드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https://goo.gl/maps/6CFxFQ7YDAr9QEMd9
작은 동네지만 골목마다 다른 모습 때문에 테마파크에 온 느낌도 난다. 다시 봐도 정말 예쁜 안시 올드타운. 덕분에 어디서나 셔터를 누르기만 하면 그 곳은 바로 포토스팟이 된다.
시끄럽지 않고 적당히 북적이는 안시의 골목골목은 그야말로 사람들끼리 부대끼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활력이 있다.
이게 바로 안시 느낌~
같은 동네 맞나 싶을 정도로 구석구석 개성이 넘쳐난다. 사람들도 여유가 줄줄 흘러보이는 것도 필히 마을 분위기에 맞는 여유로운 라이프 스타일 때문일 것이다.
잠시 잠깐 커피타임~
한적한 골목 커피샵 야외테이블에 삼삼오오 모여있던 팀을 뒤로 하고 시원한 실내로 들어왔다.
유럽에서는 자주 접할 수 있는 꼬르따도 #Cortado 를 시켰다. 우유가 많은 라떼를 싫어하는데 카푸치노보다 더 고소하고 양이 많지 않아서 부담스럽지 않은 커피다.
여기서는 계산하고 나갈 때 간판모양과 똑같은 작은 뱃지도 받았다. 나중에 뱃지를 보면서도 "그래 여기 좋았었지" 라며 다시 추억할 수 있게 되니, 관광객을 상대로는 적은 돈으로 할 수 있는 꽤 훌륭한 마케팅 방법이자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걷다가 발견한 작은 문. 이 작은 문 뒤로 도대체 뭐가 있는 걸까? 무슨 건물이지? 하고 살펴보니 공중화장실이다 ㅎㅎ 사진은 남자화장실 입구. 공중화장실까지 유서 깊게도 생겼다.
https://goo.gl/maps/SkwVGNoyGANuixabA
골목도 골목이지만 안시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푸르른 안시의 하늘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는 호수이다. 싱그러운 공기와 트인 시야가 내 뼛속까지 맑게 정화 시켜주는 기분이다. 비싼 돈 주고 여기까지 온 보람이 있는 순간이다. 이 맛에 돈 버는 구나, 이 맛에 여행하는 구나, 이 맛에 돈 쓰는 구나!
호수 공원을 걷다가 한길로 빠지면 이런 운하가 나온다. 운하에서 수상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과 오리떼들도 볼 수 있다. 한적한 운하와 새소리, 그리고 시원한 바람까지. 감상에 빠지기 딱 좋은 공간이다.
https://goo.gl/maps/zWKQBiK4FFK1wUYe6
운하의 마지막에는 이렇게 다시 호수에 다다르는데 어제 반대편 호수공원 쪽에서 보이던 산이 다시 금빛으로 물들어 가는 것이 보인다. 친절히도 우리에게 먼저 사진을 찍어주고 싶다고 접근하시던 프랑스 아저씨. 그 아저씨 커플에게도 사진을 찍어드리고 웃으며 헤어진 기억이 난다.
이렇게 안시에서의 꽉 찬 하루가 마무리 되어 간다.
평화롭게 잔잔한 호수와 산자락을 바라보며 하루를 마칠 수 있어서 행복했다.
보라색을 좋아하는 나에게 아름다운 보랏빛 석양을 보여 준 안시(Annecy).
선물 같은 이 작은 도시, 존재만으로도 고마운 도시. 다시 안시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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