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일했던 동료가 종종 꺼내던 말이라 알게 됐었지.
그이는 웹디자이너라 마음만 먹으면 쉽게 해외로 나올 수 있을 텐데, 아마 나보다 나이도
몇 살은 더 많고 영어공부도 다시 해야 되고, 또 오래 사귄 여자친구도 있기 때문에 쉽사리 결정 내리긴
힘들거다.
나이도 서른이 다 되어가는 마당에,
되도록이면 가족들과 같이 지낼 수 있도록 한국에 있고자 부단히도 노력했다.
한창 뜨기 시작했던 코워킹 스페이스 세 군데나 면접을 봤었지.
그 업계의 선봉장인 위워크와 그의 아류 두 군데 …
경력직 채용하면서 급여 참 안 맞춰주더라.
우리나라는 ‘면접 시 협상’ 이라는
말의 사용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듯 하다.
정확한 연봉 제시가 안 되어 있으면, 경력에 맞춰 급여 제시해 보고 구직자와 상의해 맞춰
나간다는 건데, 한국은 ‘통보’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가 세일즈나 기술직이 아니어서 그런 지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취업활동에서 겪은 경험이 그랬다.
협상시도를 해 봐도 번번히 인사담당자 쪽에서 자르기가 일쑤다. 본인이 피곤해 지거든 …
도대체 어떻게 된 심보인 지?
있는 대로 후려쳐서 적당히 연봉 맞는 사람 들여왔으면, 적당히 일 시킬 생각이나 할 것이지. 어째서 하루 온종일, 그것도 모자라 집에 가서 까지 회사에 쏟아 붓길 원하는 건지?
노사 양측이 합의한 급여로 채용하면, 이렇게 싫은 소리 듣지 않고도 당당하게 갑질 할 수
있을 텐데.
그러니까 이럴수록 더더욱! 우리는 받은 만큼’만’ 일해야 할 의무가 있다.
졸업을 앞두고 미리 사회경험 할 때 자주 들었던 얘기는
‘그래도 한 회사에서 1년 이상은 있어야지.’
‘1년 경력은 이력서에도 못 써.’
였고, 실제로 그런 줄로만 알았었다.
그런데 실제로 경험해보니 그새 문화가 바뀐 건지 1년 사이에 이직하는 사람들이 수두룩빽빽이었고, 오히려 이 회사를 발판 삼아 저 회사로 승진해서 이직하는 사람들도 여럿 보았다.
요새는 이직도 능력이다. 본인이 능력이 돼서 더 좋은 곳으로 이직한다면, 근속년수가 무슨 상관이랴.
어차피 (대)기업마인드가 거기서 거기라 당신이 드라마 주인공이 아닌 이상, 회사도 간다는 사람 안 붙잡는다.
그건 그렇고, 결국 이직타이밍에 내가 지원한 국내기업에서는 날 원하지
않았다.
한국회사 결과 기다리느라 보류했던 3군데의 해외기업과 면접을 마쳐 최종적으로는 지금의 방콕생활
중이다.
오해는 안 했으면 좋겠다. 외국회사들이라고 전부 갑질 없는 것 아니고, 야근 없는 것도 아니다.
마침 내가 이직해야 할 그 타이밍에 가장 그럴듯한 차악을 선택했을 뿐.
한국에서 좋은 회사와 인연이 돼 만족스럽게 일하고 있다면 최고지만 그게 아니라면, 탈조선 고민 시 꼭 고려해 보자.
1. 목적이 무엇인가 (돈? 여유시간? 독립?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새로운 시작?)
- 목적에 따라 최종목적지가 달라진다. 내가 돈을 원했으면 난 지금 중동에서 일하고 있을
거다.
(하지만 이 쪽도... 청춘과 돈을 교환하는 거라 쉬운 결정은 아니다.)
2. 다른 문화에서 살 수 있는지 (언어의 문제가
아니라)
- 가끔 기분 내러 가서 먹는 커리나 쌀국수가 아니다…
- 상식이 안 통하고 융통성이 모자란 답답한 상황이 꽤 많다. +-인종차별.
3. 혼자서도 잘 놀 수 있는지
- 사교도 돈이다. 맨날 사람 만나는 건 아니니까, 기본적으로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데, 어떻게 활용할 건지 생각해보자. (어차피
일하고 오면 아무것도 못할 때가 태반이다…)
-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은 굉장한 에너지와 시간의 투자이지만 종종 소비가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4. 한국에서 최선을 다 했는지
-뒤돌아 보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뒤 좀 돌아 보면 또 어떤가. 단지 조금 더 재정과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게 고민해보자.
이렇게 살 수 있는데 그냥 부적응자 되고 말지 뭐...
탈조선한 사람들을 사회부적응자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 것으로 들었다.
한국이 뒤늦게 최저임금 개선작업을 하고 있으나, 이로 인해 채용숫자는 늘지 않아 취업률을 크게 올리기 쉽지 않을 거다.
이러한 상황에 약속한 정책도 있으니 어떻게든 실업문제 해결해 보려고 정부에서 장려금까지 줘가며 해외취업을 적극종용하고 있는 나라가 우리나라다. 이래도 개인 탓을 할 것인지...
나는 ‘현실’부적응자는 맞지만
사회부적응자는 아니다.
갖가지 문제가 만연한 지금 같은 우리 사회에는 ‘적응을 거부한다’는 게 솔직한 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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