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이 끝나면 곧바로 면접 질문들을 메모해 두는 습관이 있다.
l 굉장히 어이없었던
어느 항공사 홍보팀 면접 질문.
(인터넷에 이런 거 물어본다고 나오더니 정말 이것만 물어봄)
1. 초기 광고 모델은 누구였으며 선정이유는?
2. 회사이름의 뜻
3. 본사 위치 ㅎㅎㅎ
4. 취항지 / 첫 취항 날짜/ 첫 취항 노선
5. 회사 복지 규모
이런 거 물어본다고 해서 ‘혹시, 설마’하며 알아갔기에 대답은 다 했는데 자랑스럽지도 않다.
본인이 재직하는 회사 복지 규모를 왜 남들이 미리 알아서 정답을 말해야 하는 건지 원.
그리고 도대체 이걸로 어떻게 홍보 능력을 알아보겠다고.
회사 연혁 페이지 고칠 사람 필요한가? 알만한 그 회사 수준.
면접 대상자도 잠재적 고객인데 기업 이미지도 고려해서 면접관 선별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런지.
몇 날 며칠 귀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써 가며 준비했는데 이런 수준의 질문이라면 정말 씁쓸하다.
면접이 끝나고 나가는데 대리급 직원이 수고했다고 기념품을 건네며 질문이 뭐였냐고 물어보길래, 그대로 말해줬더니 돌아오는 말에 그나마 회사 이미지 실추가 덜 했던 것 같다.
“첫 취항 날짜 나도 모르는 건데,
그런 걸…”
l 힙합 엔터테인먼트
홍보팀
여긴 사실 면접 볼 때 첫인상이 정말 좋았는데,
마지막에 내 직속상사가 될 사람이랑 면담 같이 하자고 했을 때 제대로
깬 케이스. 결과적으로는 나에게 잘 됐다.
힙합ENT 에서 일하기엔, 나는 너무 조신하게 생겨서 놀 줄 모를 것 같다나?
저런 인간이 무슨 창의적인 홍보를 논하고 있는 지.
내 얼굴을 쳐다보면서 갸웃거리던 너놈. 초면에 실례가 굉장하더라.
니가 나 노는 걸 봤어? ㅅㄲ...알지도 못하는 놈이
l 유니세프 거리 캠페인 인턴
1. 하고 싶은 캠페인
2. 왜 유니세프에 지원했나
3. 유니세프가 다른 단체와 다른 점은?
4. 나는 논리적인지 창의적인지
5. 내가 다른 지원자보다 나은 점은? (초면에 생판 남이랑 비교경쟁을 시키다니)
6. 왜 날 채용해야 하나?
번화가 역 앞에서 자주 본 사람이면 알 테다. 길에서 NGO 캠페인 홍보하고 기부자 모집하는 일 말이다.
대학 휴학 중에 의미 있는 인턴경험을 하고 싶어서 지원했는데,
면접은 다대다로 한꺼번에 굉장히 작은 공간에서 옹기종기 모여서 진행되고,
질문 내용이 심도 있진 않았지만 그래도 면접관들 태도가 진지했다.
결과적으론 고배를 마셨는데, 채용담당자가 연락이 와서 직접 결과를 알려준다.
특이하게도 물어보지 않았으나 떨어진 이유에 대해서 말해줬는데, 이유는 “너무 자기 주관이 뚜렷해서”.
처음부터 로봇을 원했으면
하고 싶은 건 왜 물어보고, 논리적인지 창의적인지는 왜 궁금한 건데.
공채건 수시모집이건
어느 장단에 춤 춰야 할 지 모르니 운에 맡길 수 밖에 없지만,
중요한 한 가지는, 이런 면접이라면 탈락해도 아쉽지 않다는 거다.
어떤 면접이든 일단 최선을 다 해 끝냈다면 후회는 없다.
어차피 면접관이 이런 글 찾아보고 깨우칠 일은 전무하다.
내 진가를 알아봐 주는 회사를 만날 때까지, 내가 회사를 골라서 입사할 수 있도록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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