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다니는 직장에서 퇴사하는 것을 수십 번도 더 머리에 그린다고 하지만, 나는 사실 좀 다른 편이다.
가끔 상사가 꾸짖거나 갑작스러운 야근(당연히 무급)이 생기게 되더라도, 내가 만족하는 일을 하고 즐거운 사람들과 함께 일한다면 크게 개의치 않는 쪽이다. 입사 이후로는 구인 사이트에 접속하는 일도 없다.
그런데 1년을 간신히 채워 부랴부랴 퇴사를 하고 작년에 태국에 있는 회사로 이직을 했다. 왜?
이게 잘못 되었다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새부터 인 지 예전과는 다르게 새로운 여행지보다는 가봤던 곳 중 좋았던 곳에 다시 가는 것이 좋고, 도전 의식 없이 하루하루만 살아내기에 급급해 진 내 모습을 발견하고나선 내 자신이 미워져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무작정 퇴사부터 하고 보는 것은 반대다.
퇴사를 앞두고 고민하고 있거나, 언젠가 퇴사를 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아래 사항들을 고려해 보자.
회사 때문에 몸이 아프다.
- 몸이 반응하는 신호를 무시해선 안 된다.
우리 몸을 축 내면서 까지 회사를 위해 일 할 필요 없다. 어차피 알아주지도 않는다.
자기 관리 못 했다고 오히려 욕 먹는다.
몸 축나서 병가 자주 내면 “그러니까 정기검진 받으랄 때 받지~“ 라며 쥐꼬리만큼 있는 복지혜택 사용마저
눈치를 준다면 이런 회사에서는 꼭 탈출하자. (보험 혜택 받을 건 다 받고 퇴사 준비하기! )
회사를 위해 일하는 게 아까워 지기 시작했다.
- 나는 홍보 업무를 했는데, 회사에서 ‘창의적 결과물과 그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무시한 반면 단기적 수익 창출에만 눈이 멀어’ 퇴사한 경우이다.
숲을 볼 줄 모르는 안목 없는 무식한 회사에서 일하는 것은 정말 힘들다. 조금 더 나의 가치에 대해 알아 줄 수 있는 회사를 찾아야 한다.
이와 별개로 회사가 자꾸 ‘요새 사정이 힘들다’ 라고 하는 경우에는 절대적으로 퇴사를 해야 한다. 곧 무너질 회사를 위해 내 노동력을 바쳐서는 안 된다. 어차피 나 혼자 열심히 한다고 해서 나아질 회사가 아니다.
경력직 동료들의 퇴사가 잦다.
- 남이 퇴사한다고 다 따라서 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이 역시 간과해선 안 되는 요소이다.
경력이 꽤 있는 (최소 3년 이상) 동료들의 퇴사가 잦다. 심지어 입사 한 지 얼마 안 되어 3개월 내지 5개월 안에 퇴사하는 비율이 높다. 그 경우, 회사에 가망이 없다고 본 직원들이 재빨리 다른 회사를 알아 본 것이다.
입사 후 1-2개월 간 스캔 해 보고 이상한 낌새가 느껴질 경우, 과감하게 그만 두는 것이 좋다. 이 경우 3개월 정도 짧게 다닌 회사에서의 경력은 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 (여행 가서 자아성찰의 시간을 보내고 왔다고 알아서 잘 둘러대자 … )
회사가 직원한테 주는 것을 아까워한다.
- 복지, 급여와 연관되어 있는 문제다. 간이고 쓸개고 다 빼서 내 회사인 것처럼 애사심을 가지고 일하라면서 정작 해 주는 건 쥐뿔도 없고, 직원 입에 들어 가는 걸 아까워하는 회사라면 때려치우자.
이딴 회사를 위해 내 청춘을 바칠 수는 없다.
밤낮없이 상시 업무 할 태세를 갖추길 원하면서 나중에 “왜 결혼 안 해?” 같은 질문이나 해대고 있을 확률이 높다. 전적으로 이것 때문에만 퇴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새로운 직장을 알아볼 때 더 좋은 복지환경과 더 나은 급여 역시 조건에 포함되어야 하는 것은 맞다.
리크루터의 연락이 잦다.
- 위의 사항들이 해당된다고 생각하면 구인구직 사이트에 내 프로필을 업데이트하고 상태를 ‘구직중’으로 바꾸자. 만약 리크루터의 연락이 잦다면 내가 충분히 시장성 있다는 뜻이다.
연락은 많지 않더라도, 만약 내가 원하는 자리가 많다면 타이밍이 좋은 것이니 실망할 것 없다.
우선 퇴사를 결심했으면 채용 중인 포지션에 많이 지원하도록 하자. 만약 원하는 회사나 포지션이 없다면 그때까지 현 회사는 열심히 다녀야 하고, 좋은 자리가 생겼을 때 확실히 뚫을 수 있도록 인터뷰에 대비하자.
새로운 직장으로부터 채용 확정을 받기 전까지는 절대! 퇴사는 금물이다. 소속감이 없어지는 순간 발등에 불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조급함과 중압감이 나를 눌러 결국에는 그저그런 비슷한 회사로 이직할 확률이 높다.
퇴사를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상기한 조건들을 비교해보고 신중하게 퇴사를 준비해 보자. 그리고 모든 준비가 끝났을 땐 뒤도 돌아보지 말고 퇴사 통보하고 빠른 시일 내에 나오자. 빠른 퇴사를 위해선 미리미리 조금씩 남몰래 인수인계 준비를 하는 것이 참 도움이 된다.
*해외이직의 경우에는, 출국일자가 급하게 정해져 모일에는 꼭 퇴사를 마쳐야 한다고 쐐기를 박자. 뒷처리는 지들이 알아서 할 일!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은 정말 중요하지만, 회사를 걱정하거나 염려할 필요는 없다.
지금까지 그랬듯 나 없어도 회사는 알아서 잘 굴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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